요즘 미드 빅뱅이론에 푹 빠져 있습니다. 빅뱅이론이라는 딱딱한 제목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드라마이지만, 막상 시작하고 나니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매력에 푹 빠져 벌써 시즌 6을 달리고 있습니다. 빅뱅이론에는 다양한 메인 캐릭터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레너드와 쉘던, 하워드, 라지, 그리고 페니가 핵심 캐릭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레너드는 실험 물리학자이고 쉘던은 이론 물리학자입니다. 라지는 우주과학자이고, 하워드는 우주 공학자이죠. 빅뱅이론을 본 적이 있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쉘던은 이론 물리학을 제외한 다른 학문을 무시하는 발언을 곧잘 하곤 합니다. 특히 하워드에 대해서는 박사가 아니라고 대놓고 무시를 하곤 하죠.

이제는 종영한 빅뱅이론. 그래서 시작했죠.

저는 공학자입니다. 정보관리기술사를 취득하고 나서 기술사 윤리강령을 알게 되었는데, 그 첫 줄이 이렇게 시작합니다. '우리 기술사는 최고 전문 기술인으로서...' 처음 윤리강령을 접했을 때 나도 최고 전문 기술인의 반열에 들게 되었구나 하고 매우 뿌듯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 실무를 하면서 동료 기술사분들의 전문성과 다른 선배님들의 전문성/노하우를 보고선 갈 길이 매우 멀다는 것을 느꼈지만요.

과연 쉘던이 곧잘 하는 말처럼 과학이 공학보다 우월한 학문일까요?

사실 이 질문에는 어폐가 있습니다. 공학도 과학입니다. 과학이란 것은 어떠한 현상을 설명하는 학문입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 가설을 세우고 이를 실험으로서 증명하는 것이 과학입니다.

공학도 훌륭하다고요! 저 기호들은 외계어지만!

그럼, 이론 물리학이 공학보다 우월한 학문일까요?

학문에 있어서 무엇이 우월하고 무엇이 더 훌륭한 학문이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만, 실제로 두 학문이 추구하는 바가 매우 다르기 때문에 더욱더 그 우열을 가릴 수 없습니다.

이론 물리학이라는 것의 목표는, 제가 전문가는 아닙니다만, 불변의 진리를 탐구하는 것입니다. 어떠한 현상이 일어나는 원리에 대해서 이론적으로 완벽히 증명하는 것이 그 목표이지요. 반면에 공학은 실생활(Real World)에 어떻게 이 원리들을 적용할 지에 대해 고민합니다. 공학은 실생활 또는 업무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해법을 고민합니다.

언뜻 들으면 결국 공학이란 게 이론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니까 이론 물리학이 더 우월한 것 아니냐라고 물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공학자이니까(기술인이니까..) 아니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두 학문 모두 과학이니까요. 이론 물리학도 공학도 모두 어떠한 현상을 해결(설명) 하기 위해 그럴듯한 가설을 세우고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실험합니다. 단지 이론 물리학자는 그들이 주로 다루는 분야에 있어 더 그럴듯한 가설을 세울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이고, 공학자는 실생활에서 이것을 어떻게 풀어낼 지에 대해 더 그럴듯한 가설을 세우기 위해 훈련하는 것뿐입니다. 그렇게 가설에 가설을 거듭하면서 진보하는 것이 과학인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설거지를 하다가 문득 빅뱅이론이 떠올랐고, 하워드와 쉘던으로 시작했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글을 써보았습니다. 사실 저는 과학도가 아니라 인문학도입니다.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정보관리기술사가 되었네요. 하지만 공학(과학)과 기술의 매력에 빠져 앞으로는 평생 이 일을 하고 살려고 합니다.

개똥철학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만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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